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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 할러웨이 사진전] 미지의 공간을 탐닉하는 인간의 욕구 - 또 다른 사진을 남기다

by 여히_ 2015. 7. 20.

 

 

 

 

 

멋진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이 장면을 죽을때 까지 잊을 수 없도록 기억에 강하게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 해 보았을 것이다. 이러한 필요에 의해 발전하기 시작한 카메라의 다양한 기능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나는 여기서 한가지 갈림길에 부딪힌다. 내가 보고 있는 장면을 최대한 왜곡 없이 그대로 기억할 것인가, 아니면 보다 아름답게 기억하기 위해 사진에 손을 댈 것인가. 이번에 관람한 세계적인 수중사진 촬영작가인 '제나 할러웨이'는 나의 이러한 고민을 굉장히 깔끔하게 해결해 주었다. 


제나 할러웨이의 사진전은 예술의전당 1층 한 켠의 크지 않은 7전시실에서 진행되었다. 전시의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았고, 주제 또한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에 관람하는 사람들이 많을거라곤 예상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티켓을 구매할 때부터 전시관에 입장하고 모든 작품을 관람하기까지 계속 줄을 섰다. 관람층의 연령대 또한 다양했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어린 아이, 사진에 관심을 보이는 청소년, 이제 갓 사진에 입문한 듯한 사람, 사진 전문가, 혹은 나처럼 전시회 관람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제나 할러웨이의 몽환적인 사진의 매력에 흠뻑 젖어 있었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이번 사진전은 수중사진을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사진작가 '제나 할러웨이'의 전시이다. 물과 빛, 색이 빚어내는 환상적인 사진들은 관람객을 잠깐의 동화 속 세상으로 안내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기술의 발전이 사람의 감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1970년대 이전까지는 수중에서의 사진 촬영이 굉장히 힘든,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고 한다. 물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시도할 수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전문적으로 좋은 작품을 촬영하기에는 굉장히 힘든 여건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1970년대 방수 카메라 하우징 기술이 개발된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기술의 발전은, 그 동안 우리가 쉽게 범접하기 못했던 새로운 사진 영역에 도전하게 했다. 

 

 

 


수중사진 촬영에는 단지 기술의 발전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좋은 장비와 워터 스튜디오가 있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진작가였다. 작가가 물 속이라는 공간에 대해 얼마만큼 잘 이해하는 지, 수중에서 사진을 얼마나 잘 촬영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 등은 전적으로 사진작가의 몫이기 때문이다. 물 밖에서 사진을 찍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이론과 기술을 토대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미지의 세계'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사진을 보는 내내 환상적인 느낌과 몽환적인 느낌에 매료되어 있었다. 물 속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완벽한 모델의 자세, 조명, 분위기... 모든 것이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멋진 사진들이었다. 물 속에서 흩날리는 머리카락은 바람에 의해 날리는 머리카락과는 또 달랐고, 모델들의 다양한 포즈와 표정 또한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숨도 쉴 수 없고, 소리도 들리지 않으며, 한 치 앞도 제대로 보기 힘든 물 속에서의 표현이라 더 놀라웠다. 무엇보다 이러한 그림을 미리 상상할 수 있었던 사진작가의 능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전시되는 이번 사진전은 제나 할러웨이의 지난 20년간의 다양한 활동을 돌아볼 수 있는 자리였다. 총 200여 점에 달하는 사진들, 그리고 '스완 송'과 같은 유명한 작품들까지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유익한 전시였다. 작가가 '마법의 순간(Magigcal Moments)'이라고 표현할 만큼 뛰어나고 세계적인 작품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물론 내가 이 사진들을 하나하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단언컨데 모든 사진들은 우리가 충분한 사색에 잠길 수 있을만큼의 매력을 갖고 있는 것임은 분명하다. 마치 내가 물 속에 들어가 그 현장을 보고 있는 것 처럼, 내 눈에는 오직 사진 속 사람들의 모습 뿐이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그 어떤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시각에만 의존한 채로 사진을 감상하다보면 전시장이 마치 하나의 워터 스튜디오가 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이런 전시회를 만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예술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인간의 상상력과 실천력은 대체 얼마나 무한하기에 이런 작품들이 탄생하는가, 말이다.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에 지금도 그 누군가는 도전하고 있고, 이를 예술로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소름끼치도록 놀라울 따름이다.

 

제나 할러웨이 전시회

전시기간 : 2015년 7월 3일 ~ 9월 7일까지

장소 : 예술의전당 7전시실 (1층)

관람요금 : 성인 10,000원 / 청소년 8,000원 등 (허영만 전시회 티켓 소지시 20%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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