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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FANTASY] 음악으로 듣는 대한민국의 역사 (2015.8.24 예술의 전당)

by 여히_ 2015. 9. 2.

특별한 애국심이 없었던 사람이더라도, 누구보다 남다른 애국심을 품은 사람이더라도, 애국가를 들으면 경건해지는 것은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전자에 속하는 사람이었지만 이번 KOREA FANTASY 공연을 통해 무언가 가슴 속에 뜨거운 것이 끓어오르는 느낌을 받았다고 해야 할까요? 분명 애국가에는 특별한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공연은 주제부터 특별했습니다. 대한민국 광복 70주년 기념, 애국가 작곡 80주년 기념, 안익태 선생 서거 50주년이라는 3가지의 특별함을 가지고 있었죠. 그렇다보니 연주된 음악들 또한 특별했습니다.





1 부

Fantasie and Variation “The Carnival of Venice” 

- Jean Baptiste Arban (1825-1889) 


(베니스의 사육제에 의한 Trumpet 환상곡과 변주곡) 

- Trumpet 안희찬 


Symphony No.9 -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 국립합창단, 숭실대 콘서트콰이어, 성악 Solists 


2 부

Lo Pi de Formentor (프로멘토의 소나무) 

- 수원시립교향악단 


White Lilly (흰 백합화) 

- Sop. 한예진, Bass. 임철민 


Arirang Hill (아리랑 고개) 

- Alto. 김선정, Ten. 강무림 


Korea Fantasy(한국환상곡) 

- 국립합창단, 숭실대 콘서트콰이어, 국민참여합창단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예술의전당에는 웅장한 애국가가 흘러나왔습니다. 그 동안 TV나 라디오로만 듣던 애국가를 눈 앞에서 직접 오케스트라단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죠. 애국가가 흘러나오자 객석에 앉아 있던 수 많은 관객분들이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국기에 대한 경례를 갖추고 애국가를 따라 불렀습니다. 이 날 연주에는 대국민 합창단 여러분들이 함께 참여하셔서 더욱 멋지고 아름다운 애국가를 들려주셨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일평생을 살아가면서, 어쩌면 이런 멋진 모습은 다시는 볼 수 없을거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너무나도 자주 들어서 이제는 흔해져버린 우리의 애국가를, 이렇게 다시금 새로운 모습으로 경험하게 되니 기분이 좋더라구요.

이윽고 이어진 공연에서 만난 음악들 또한 너무나도 감명깊었습니다. 아무래도 공연의 주제가 있다보니 한국적인 음악만 듣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베토벤의 음악들도 함께 구성되어 있어서 더욱 풍부했던 공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이 날 공연된 베토벤 심포니 9번 '합창'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곡이다보니 공연을 보는 내내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죠.)

1부에서는 애국가를 비롯하여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음악들이 향연을 펼쳤고, 이윽고 이어진 2부에서는 수원시립교향악단과 국립합창단, 숭실대 콘서트콰이어, 국민참여합창단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우리 음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안익태 선생이 작곡하신 아름다운 선율들을 듣고 있자니, 선율 속에 문득문득 묻어나는 한국만의 특별함이 귀에 꽂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익태 선생'이라고 하면 애국가를 작곡하신 것 이외의 업적을 자세히 알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안익태 선생은 비단 애국가 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적인 정서를 표현하는 다채로운 곡을 작곡하셨던 훌륭한 작곡가이기도 하셨습니다. 그분의 다양한 음악들이 지금까지 널리 알려지지 못했던 부분은 매우 아쉽지만, 이번 공연을 통해 많은 분들이 안익태 선생의 음악세계에 대해 접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지실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들었던 한국환상곡은, 음악을 들으며 대한민국의 역사를 한 번에 느낄 수 있었던 특별한 곡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태초에 세워졌던 그 순간부터, 대한민국이 겪어왔던 수 많은 아픔의 역사들을 지나 결국 모두가 화합하고 행복의 길로 나아가는 미래를 그리고 있는 KOREA FANTASY야말로 오늘날의 역사를 다시금 상기하는데 꼭 필요한 곡이 아닐까 합니다. 일일히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가 어떤 아픔과 고통의 역사를 딛고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이룩해 냈는지에 대해 음악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 또한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이런 공연을 볼때마다 음악이 가진 힘이 실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 무엇, 선율 속에 담긴 풍부한 감정을 들으며 우리는 더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아름다운 곡들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본 리뷰는 아트인사이트(http://www.artinsight.co.kr) 의 후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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