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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 호리즈 무용단 - 애완동물]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동물들에게도 시간이 필요했듯이.

by 여히_ 2015. 10. 7.

[올가 호리즈 무용단 - 애완동물]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동물들에게도 시간이 필요했듯이.





낯선 장르를 처음 접할 때는, 언제나 그렇듯 설레인다. 누구나 그러할 것이다. 특히 예술분야에 있어서의 낯선 장르는 설레임 뿐 아니라 약간의 걱정도 함께 몰려온다.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어설프게 접근했다간 공연 기획자의 의도를 눈곱만큼도 파악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혹은 나만 전혀 다른 관점으로 공연을 관람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고민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도 마찬가지였다. 그 동안 주로 음악 공연에만 관심을 쏟고 있던 터라, '무용'이라는 장르를 마주하기가 생소했다. 그러나 단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장르라는 점에서 다른 공연에 비해 기대감이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소 어려웠다. 티켓에는 분명히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라고 적혀 있었지만, 서른이나 된 내가 보기에도 이해하기에 다소 난해한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해서 작품의 질이 낮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감히 짐작해 보건데, 정말 뛰어난 공연이었다. 본인의 몸 이에외 그 어떤 것의 도움도 없이 오롯이 몸만으로 이야기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굉장한 열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번 공연의 타이틀인 'PET(애완동물)' 또한 잘 표현되었던 것 같다. 사람이 특정 동물을 연기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일 것이다. 아무래도 동물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담아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 보다, 사람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이 더 어려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가 호리즈 무용단은 동물의 종을 특정하지 않는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을 잘 표현해 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누가 동물이고 누가 사람인지, 무엇이 무엇을 속박하고 규정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동물과 인간의 본질 혹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것으로 보았다. (단정짓기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생각이 들었다' 거나 '~으로 보였다'로 정리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도구의 힘을 빌리게 되면 표현하는 것이 조금은 수월해 진다고 생각한다. 동작을 표현하거나 특징을 표현하기에 말이다. 그러나 아무런 도구의 도움도 없이 오로지 사람의 신체만으로 특정한 무엇인가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본질적인 탐구 혹은 관찰이 명확하게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면으로 볼 때 올가 호리즈 무용단은 이번 공연을 위해 정말 많은 조사와 관찰을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 않고서야 동물들의 특징을 이토록 잘 표현해 낼 수는 없었을 것 같다. 


멀리서 보면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 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그 의미는 또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멀고 가깝다는 것은 물리적인 거리가 아니라, 공연을 이해하고자 하는 관람객의 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공연 자체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관심이 있지 않다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었겠지만, 새롭고 낯선 장르를 처음 접하는 나였기에 그 어떤 공연때보다도 더욱 집중할 수 있었고, 궁극적으로 이들이 공연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이해하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본 공연에는 무용수들의 다양한 몸짓 뿐 아니라 목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었는데, 외국어다보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발음하고 있는 단어의 느낌과 반복성, 성량, 음의 높낮이 등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어렴풋이 느낄 수는 있었다. 행동으로는 모두 다 표현되지 않는 동물들의 감정과 생각을 목소리를 통해 함께 들으니 본질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다는 느낌이랄까? 분명 무용인데도 불구하고 무용수들의 목소리 연기가 곁들여저 더욱 풍성한 무대를 관람한 것 같다.


예술 장르의 명칭 앞에 '현대'라는 글자가 붙으면 이해하기 난해해 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분명 '현대'라는 단어는 가장 최근의, 혹은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지금 시점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무용이라느 장르 앞에 이 글자가 붙어 '현대무용'이 되버리면, 뭔가 더 심오한 메시지가 함축적으로 담겨져 있는 추상적인 무용이 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그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려운 공연이나 무작정 어렵게만 바라볼 것은 아닌 것 같다. 작품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과 적당한 관심이 덧붙었을 때, 비로소 이들이 수 없이 많은 몸짓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보다 정확하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본 리뷰는 아트인사이트 (http://www.artinsight.co.kr)의 후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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