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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산드로 멘디니전] 장르를 넘나드는 위대한 예술가, 알레산드로 멘디니를 만나다

by 여히_ 2016. 1. 15.

장르를 넘나드는 위대한 예술가

알레산드로 멘디니를 만나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디자인으로 쓴 시’ 였습니다. 건축분야의 거장으로 자리 잡은 그가, 어떻게 보면 가히 공학의 깊이에 대해 이야기 할 것만 같은 그 건축가가 ‘시’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니 조금은 생소했습니다. 총 11가지 테마와 공간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과연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그가 할 수 있는 예술 영역은 얼마만큼인지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모든 작품을 하나하나 완벽하게 이해하긴 어렵더라도, 최소한 그의 작품에 어떤 시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지에 대해 이해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작품들을 천천히 관람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만난 작품은 동심과 상상력을 동시에 자극하는 화사한 색감의 인형들이었습니다. 마치 우리가 어린 시절에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 혹은 놀이동산에서의 즐거운 추억이 깃들어 있을 것만 같은 회전목마 등이 전시되어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아 두고 있었습니다. 독특한 외형과 다소 극단적인 색감이 자극을 주기도 했지만, 알록달록함 속에 묻어있을 그의 진지함을 떠올리니 그저 그런 흔한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인형의 안내를 받듯 더 깊숙이 들어선 전시장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오브젝트들의 크기나 재질 등에 변화를 주어 이전에 알고 있던 것과는 또 다른 이미지를 전달하는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어마어마할 정도로 커다란 크기의 빈티지한 소파, 중학생 정도의 커다란 크기를 자랑하는 누군가의 손처럼 크기에 대한 상식을 뛰어넘는 작품들뿐만 아니라 외형적으로 눈에 보이는 재질을 마치 마법처럼 색다르게 느껴지는 소파에 이르기까지 정말 쉽게 생각해낼 수 없는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단단한 회색 시멘트로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한 의자는 관람객이 직접 착석해볼 수 있는 형태로 되어 있었는데, 외형만 보고 ‘엄청 딱딱하겠다.’라고 생각하며 그 의자에 앉는 순간 너무나도 편안하고 푹신한 느낌에 깜짝 놀라기도 했죠. 표면적인 부분에서 느껴지는 질감에 대한 인식을 순식간에 뒤집어 버리는 발상의 전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외에도 전시실 곳곳에는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작품을 제작하기에 앞서 아이디어를 스케지한 그림들이 정말 많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 스케치들은 실제로 작품으로 제작되어 함께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제대로 기록해 나가면서 마침내 작품으로 탄생시킨 그의 의지가 새삼 놀라운 부분이었습니다. 


전시실의 후반부로 들어갈수록 다양한 색채와 점묘기법을 좋아했던 그의 여러 작품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보통의 점묘화라고 하면 음영을 표현하기 위해 굵거나 가늘게, 혹은 명도를 달리해가며 찍는 것을 상상하거나 과거의 어느 유명했던 점묘화 작품처럼 무언가 한 폭의 멋진 수채화 같은 느낌을 주는 점묘화를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멘디니의 작품에서 만난 점묘기법은 오브젝트를 구성하고 있는 재질과 외형에 따라 다양하게 반영되었다는 것이 독특했습니다. 매끈하고 탄탄한 도자기와 같은 재질에는 크고 굵은 2~3가지의 컬러만을 활용한 점묘 기법을 사용하기도 하고, 빈티지 의자에는 수 십 가지에 이르는 색상의 작은 점들을 빼곡하게 박아 놓기도 했습니다. 컬러를 사용함에 있어 아이 같은 순수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마치 보는이로 하여금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멘디니는 특정한 오브젝트 작품 외에도 건축과 문학 부분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전시실의 곳곳에는 그가 작품활동을 하면서 사물에 대한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 등을 시로 표현한 것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비록 한글로 번역되어 있어서 원어가 주는 운율을 세세하게 느끼지는 못했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이 참 의미있는 글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 배치되어 있던 그의 건축 모형 작품을 통해서도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단순한 예술가를 뛰어 넘어 현실 속의 인간과 사회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끝으로 전시실을 나오며 한켠에 마련되어 있는 수 많은 작가들의 기념비적인 아트 오브젝트들을 보며, 예술가란 단지 자신의 만족만을 위해 작품활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대를 반영하고 사회를 통찰하며 개인의 내면에 숨겨진 다양한 감정까지 복합적으로 끌어내야 하는 존재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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