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는 느지막한 여름휴가를 갔다. 업무 특성상 7,8월이 격정적인 성수기라 도저히 일정을 빼는게 쉽지 않았던 터라 성수기가 지난 9월즈음해서 말이다. 9월은 어떤 달인가. 대한민국에서는 선선한 가을이 살포시 느껴지는 계절이 아닌가. 그렇다면 호주 시드니는? 봄이다. 세상 봄이다. 낮에는 따뜻한 햇빛,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 바야흐로 계절상으로 완벽한 계절인것이다.
내가 호주 시드니를 처음 갔던건 2012년 7월, 워킹홀리데이를 통해서였다. 나 홀로 28살에 떠나는 느지막한 워홀이었지만 너무나도 많은 추억과 기억을 가져서일까 - 나는 시드니를 다녀온 이후 살면서 언젠가는 꼭 한번 다시 시드니를 가고 싶었다. 변함없는 것들과 변한것들 사이에서 내가 느꼈던 추억에 또 다른 느낌을 얹어 기억하게 된다면 그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 일일까 하는 상상을 하며 말이다 .
그리고 그 꿈은 현실이 되었다. 결혼 후 2년차, 신혼여행 덕분에 장시간 비행은 몸서리치던 남편을 이리저리 꼬셔 결국엔 7박 8일짜리 길고 긴 여름휴가로 말이다. 장장 9~10시간에 걸친 비행. 하지만 또 다시 만난 시드니는 마치 어제 왔던것처럼 너무나도 익숙하고 황홀했다.
머릿 속에는 시드니 시내의 지도가 그대로 저장되어 있었다. 심각한 길치였던 탓에 어느 한 곳을 가도 구글맵의 안내 없이는 움직이지 못했던 시절, 한번 갔던 곳은 두번 세번 열번을 넘게 갔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시느디 중심을 가로지르는 큰 길과 그 길 좌우에 늘어선 상점들, 마트, 서점, 백화점... 시드니는 여전히 기억 속 그곳과 다름 없었다. 몇 가지 변한 점은 대중교통 이용에 있어 혁혁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점과 (트레일이 설치중이었음) 몇몇 상점들이 조금 더 최신화되었다는 정도? 외에는 달라진게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T2 매장도 그대로 있었고, 시계가 멋진 백화점도 그대로 있었고, 울워스 마트도 그곳에, 상점들도 그곳에, 공원도 그곳에 있었다.
에어비앤비로 잡아놓은 숙소는 차이나타운 인근으로 다소 저렴한 편이었지만 복층 구조로 생활하기에 나쁘진 않았다. 사실 해외여행을 가면 빨리 익숙해져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숙소에서 신발을 신어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는 그럴 줄 알고 이미 첫째날 쪼리(?) 두 켤레를 구비해서 불편함은 그다지 없었다. (다만 수건은 계속 빨아써야 한다는 점이 조금 귀찮았을 뿐)
남편과 영어권 국가로의 여행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뭔가 영어실력을 뽐내고 싶었지만 사실 영어를 쓸 일은 거의 없었다. (음식이나 음료 주문할때 정도) 그보다 아시아권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편과 나는 건축과 인테리어를 전공했기에 건축물들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고 싶어서 참 많은 건물들을 돌아다니며 보여주었다. 그 중에 하나가 단연 오페라 하우스. 사진이나 영상으로 너무 자주봐서 식상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실제로 눈 앞에 마주한 오페라 하우스는 머릿 속의 그곳보다 훨씬 더 웅장하고 멋진 곳이다.
사족이 너무 길었다. 사실 시드니 여행이 너무나도 뜻깊었던 건 단 하나의 이유였다. 내가 너무 사랑해 마지않는 추억속의 그 나라, 그 지역, 그 동네와 그 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드디어 남편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말로만 '나 시드니에서 살던 여자야!' 가 아니라, 실제로 그 장소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게 됨으로써 뭔가 남편과 더 가까워지고, 남편도 나의 이야기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든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는 2가지 버전으로 사진을 찍었다. 컬러사진은 두 사람의 폰으로, 그리고 디카로는 흑백사진만 촬영했다. (흑백사진은 명백히 티비 프로그램의 영향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만족한다. 여러분도 여행가실 때 이렇게 두가지 버전의 사진을 함께 촬영해 보시길.
자, 그림 이제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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